바나루 이야기 070114
까맣 눈.
작년 매연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후 차고에 죽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바나곤을 손을 대기로 했다. 아예 시작부터 엔진을 통째로 뽑아서 문제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엔진을 내 손으로 수리한 지가 몇 년이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엔진을 어떻게 집어 넣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에는 온통 이 차 수리에만 정신이 팔렸었는데,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엉뚱한 짓.

일단은 짐작으로라도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먼저 한 것은 벨트와 연결된 에어콘 컴프레서를 떼어 놓는 것이었다. 가능한한 에어콘 호스는 건들지 않고 컴프레서를 분리시킨 후에 차 뒷부분에 올려 놓았다. 옆에 다른 벨트로 연결되어 있는 오일 펌프도 떼어놓았다. 본래 이것은 수바루 트랜스미션 오일을 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바나곤에서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바나곤 트랜스미션은 거의 오일을 갈지 않고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Crankshaft와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오일 펌프를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다음엔 Airflow meter assembly를 떼어내고 다음으로 엔진 위에 있는 Intake manifold assembly를 뜯어냈다. 눈에 보이는 호스들을 분리시켰다. 특히 냉각수 연결 호스들을 분리시켰는데 공간이 좁아서 약간 고생했다. 엔진을 뽑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냉각수 호스들은 분리가 쉬운 것을 택해서 분리시켰다.
차 밑으로 들어가서 엔진과 연결되어 있는 볼트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엔진을 붙잡아주는 두 개의 frame을 떼어냈다. 자연스럽게 muffler도 함께 떨어져 나왔다. 엔진을 떼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것은 muffler와 붙어있었던 뒷 보호판을 떼어내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이제는 엔진을 떼어 놓는 것이 문제였다. 엔진에 줄을 걸어 올려보기도 하고 내려 보기도 하면서 엔진을 트랜스미션과 분리시키키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다. 연결된 볼트는 다 풀어 놓은 것으로 생각하고 분리되는 부분이라고 하는 곳에 빠루(crowbar)를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힘을 가했다. 아무리 해도 좀처럼 벌어지지가 않았다. 이곳 저곳에 드라이버와 나름 쐐기가 될 만한 것들을 박아서 벌렸다. 나중에는 빠루(crowbar) 한쪽 끝이 부러져 나갔다. 이틀을 힘을 써가면서 엔진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여기서 멈추고 뭔가 생각을 더 해보기로 했다. 엔진을 뽑는 것이 분명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인데 그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애를 썼어도 엔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다음날. 지금까지 한 방법들을 의심하면서 다른 면에서 보기 시작했다. 엔진 아래를 보니 금방이라도 분리될 것처럼 flywheel이 드러나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위쪽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개의 나사를 풀었다. 그리고 엔진을 당겨보았다. 웬걸. 너무 쉽게 엔진이 빠져 나온 것이다. 독일차 바나곤 트랜스미션에 일본차 수바루 엔진을 붙이면서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판이 끼어있다. 문제는 그 판 앞쪽을 떼어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판 뒤쪽에 쐐기를 넣고 떼어보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동안 되지도 않는 곳에 힘을 쓰면서 몇 일 동안 엉뚱한 짓을 했던 것이다.